Miky's 미국 간호사 이야기
Miky's 미국 간호사 이야기

태움은 병원 내 학대 (abuse), 폭력이다. "태움"이라는 문화는 없다.

Miky
2019-09-29
조회수 1650

"태움" 이라는 말은 한국에서 병원 입사하고 처음 들었던 말이다. " 태운다, 나 오늘 엄청 태움을 당했다." 참 이상한 말이다 라고 생각 했는데 어느날 부터 나도 "태움"이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신규 간호사일때 일이 힘든것도 힘든거지만, 태움을 당할때가 몹시 괴롭고 힘들었다. 태움의 종류는 다양했다. 수간호사가 태우는 "태움", 연차 높은 간호사가 태우는 "태움", 동료가 태우는 "태움", 의사들이 태우는 "태움" 등등... 병원 출근하는게 참 괴로웠다.  

물론, 병원내 "태움"은 결국 인력이 부족한 시스템의 문제, 신규 간호사를 제대로 교육 시키지 않고 실전 업무에 바로 투입시키는 시스템, 간호사의 업무 영역, 분량이 너무 과다 해서 생기는 문제.. 이런 시스템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분명 " 직장내 괴롭힘, 학대"는 계속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제가 해결되는데는 너무 멀고 힘든 싸움이 될것 같다.  그래서 일단 우리가 병원에 요구 할수 있는, 우리 스스로가 함께 노력해서 해결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 강제 회식 없음 : 이곳은  " 강제" 회식이 없다. 저녁 모임이나 작은 파티 : 아기 탄생 축하, 결혼 축하, 퇴직 축하... 파티를 하거나 저녁 모임을 하긴 한다. 근데 절대로 강제성이 없다. 자기 일정에 맞춰 참여 하고 싶은 사람만 참여한다. 밤근무인데 잠도 못자고 참여해야 할 이유가 없다. 파티도 간단하게 "pot luck"으로 각자 음식 하나씩 가져와서 정말 축하해주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축하 해주는 파티이다. 
  • 퇴근하고 집에  각자 가기:  집에 갈때 내 일 마치면 그냥 바로 집에 간다. 자기 담당 환자 인계 끝나면 물건 챙겨서 바로 집으로 간다. 처음에는 이게 적응이 잘 안되었다. 한국에서 일할때 일 마치고 밥먹고 맥주 한 잔씩 마시고 수다 떨면  스트레스가 풀리긴 했었다. 근데 그 뒷풀이에 참여 하지 않은  간호사는 "뒤담화"의 주인공이 되었던 것 같다. 물론 여기도 뒷담화 많이 한다. 근데 내가 신경 안쓰면 되는거니까 상관 없다. 내 앞에서 안하니까 난 모르면 그만이다. 
  • 신규 교육 기간 끝나면 모든게 내 책임 & 자유 : 신규 교육 끝나면 이제 프리셉터 없이 혼자 일한다. 모든게 내 책임이다. 제일 효과적인 내 방식데로 일을 해도 된다.  연차 높은 간호사가 왜 일 이렇게 했냐고 따지지도 묻지도 않는다.  다만, Charge nurse, 연차 높은 간호사한테  물어보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는 있다. 
  • Write up (공식적 warning): 인계 할때 몇개 빼먹었거나 마무리 못한건 인계 끝나고 마무리 하고 간다. 당장 내 shift에서 해결 할수 없는 Dr. call 이 안올때 등등.. 이런 일은 다음 shift  담당 간호사에게  인계주고 간다. 자기일을 많이 남기고 가거나, 항생제를 시간에 맞춰 주지 않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는 수간호사에게 나중에 이메일을 보내거나  좀 중대한 문제는 "write up" (공식적  warning )를 한다. 직접 그 간호사에게 말 안하고 이런 공식적 보고를 선택한다. 가끔 참 치사한 경우, 별것도 아닌걸 write-up 당한걸 수간호사에게 전해 듣고 황당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나도 write-up 할수 있으니 공평하다.
  • 직장 내 "abuse" 방지 교육: 입사 할때 오리엔테이션때 이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는다. 캘리포니아 법에 존재한다. 일년에 한번  교육을 받는다.
  • 본인이 abuse를 당했다고 느낄때 언제든 자유롭게 보고 할수 있다. 동료들간의 약간의 말다툼이 있을때, 부당함을 느낄때도 언제든 보고한다. 참고로 미국은 "abuse"는 무섭게 법으로 처벌 받기에 다들 조심스러워 한다. (직장에서 해고 될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곳에도 일도 잘 안하고, 일도 잘 못하고, 남의 말 많이 하는 , 이상한(?) 간호사들이 있다. 근데 한국과 다른점은 절대 bullying (괴롭힘) 하거나 학대 하지 않는다.  그냥 그 간호사의 성격이 그러려니 하고,  있는 그대로 그 사람을 받아 들이는 분위기이다. 나에게 아주 큰 손해를 끼지지 않는 이상, 저 간호사도 저렇게 하는데 이유가 있을거야 하고 받아 들인다.  그 사람에 대해 부정적인 부분 보다는 긍정적인 부분을 보려고 하는 것 같다. 아마 이게 자라온 환경, 다른 교육 환경이 가져온 문화(?)의 차이라면 차이 일것이다.

병원 내 간호사 조직이 여자들이 많은 조직이라서 자기들끼리 질투심에 "태움"이라는 문화(?)가 존재 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에서 일할 때 전문의가 전공의에게 엄청난 폭력을 휘두르는 걸 여러번 목격했다. 이런 병원내 폭력은 태움의 문화가 아니다. 여성들이 많은 간호사들의 조직이기 때문에 생기는  문화도 절대 아니다. 인력부족, 교육 기간 부족, 과도한 업무량, 3 교대 업무 등 이런 시스템 문제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폭력, 학대일 뿐이다. 여성이 많은 조직 이여서 간호사들 사이에 태움이 발생한게 아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되고 시행 되고 있다. 그 처벌 규정이 모호하고, "괴롭힘"의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은 한계가 있지만 그래도 많은 직장인들이 이 법을 이용하고, 이 법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물론, 적정인력 확충, 충분한 신규 교육기간, 적당한 업무량, 업무 범위등 노동환경 개선이 우선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간호사들 스스로 "태움"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자! 

학대, 괴롭힘, 차별 (abuse, harassement, discrimination ) 이라는 말로 바꿔 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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