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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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간호사회 입장서] 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마라!


더 이상 간호사를 죽이지 마라!

-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제대로 진상 조사하고 간호인력 충원하라!

- 국회는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에 관한 청원’ 

10만 동의 달성에 따라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하라!

 

 

2018년 고 박선욱간호사, 2019년 고 서지윤간호사. 그리고 2021년 11월 16일 을지대병원 간호사까지. 간호사의 죽음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고 박선욱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고 서지윤 간호사 사망사건 공동대책위 활동을 하며 간호사의 죽음이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인력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임을 알려오면서 신규간호사 교육제도 마련,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를 요구해 왔습니다. 이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간호사 처우개선 가이드라인과 교육전담간호사 제도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더뎠고 그 사이 또 한 명의 간호사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과거의 죽음과 너무나 닮은 죽음을 보며 우리의 참담함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고인은 21년 3월에 입사한 신규간호사였고 직장 내 괴롭힘과 살인적인 업무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평소 2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며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였고 일부 선배간호사의 모욕과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부서 이동을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거절당했습니다. 그리고 죽음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최소한의 인력으로 최대의 이익을 꾀하는 병원경영 방침 속에서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업무에 대한 자책감은 신규간호사의 몫이었고, 과도한 업무량을 감당하며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은 선임간호사의 몫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업무수행능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조직문화는 자연스러웠고 또한 병원의 안일한 대응은 신규간호사에게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아수라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고인의 마지막 선택은 신규간호사를 둘러싼 작금의 간호노동환경이 만들어낸 구조적인 타살인 것입니다.

간호 인력이 적절하게 배치되어 감당할 수 있는 만큼 환자를 담당할 수 있었더라면, 간호사들이 서로 알려주고 도와줄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있었더라면, '퇴직유예기간은 60일'이라는 엄포 대신 부서이동 또는 사직처리 등 적절한 조치가 있었더라면, 이 안타까운 죽음은 없었을 것입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은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진상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또한 근본적인 원인인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간호사 배치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의정부 을지대병원의 간호등급은 1등급입니다. 가장 높은 간호등급임에도 불구하고 간호사들은 20명이 넘는 환자를 담당하며 감당할 수 없는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간호관리료 차등제라는 제도의 한계와 허점을 막기 위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는 꼭 필요합니다. 현재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에 관한 청원’이 10만 국민동의청원을 달성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법 제정을 위한 국회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마음을 졸이며 더 이상의 죽음이 없기를 기도하며 마냥 기다릴 수 없습니다. 국회는 이 법안을 조속히 제정하여 더 이상 간호사들의 죽음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국회가 움직이도록 이 땅의 모든 간호사들 목소리를 모아나가겠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1.11.22.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