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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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 간호사회 입장서]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간호조무사 의료행위 허용 법안 반대한다!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간호조무사 의료행위 허용 법안 반대한다!

 

간호조무사에게도 의사의 지도·감독하에 의료행위 권한을 일정부분 부여하는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을 비롯 10인의 국회의원들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하면서도 ‘간호조무사 교육훈련생의 경우, 간호조무사 자격 취득을 위한 의료기관 실습교육 시, 실습범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수업의 내용이 참관에만 국한되는 등 실질적인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간호대학생의 의료행위 가능행위에 준하여 간호조무사 교육훈련생도 실습교육 시 의사의 엄격한 지도하에 실습교육이 가능하도록 하고자 한다고 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 법안이 환자와 간호행위자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하는 바이다.

 

이 법안에서는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을 지적하면서도 비의료인인 간호조무사 교육훈련생에게 간호대학생의 의료행위 가능행위에 준하여 불법 의료행위 실습교육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이 이 법안의 가장 큰 문제점이자 의료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의료법은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 법이다. 이 법안의 의료법 개정으로 이러한 취지를 달성하기는커녕 오히려 국민건강을 악화시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또한 이 법안은 내용에서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법안 제안 내용에 기술되어 있듯이 의학·치과의학·한방의학 또는 간호학을 전공하는 학생의 경우는 의료인이 되기 위한 수련 과정 속에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지도교수의 지도·감독을 받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의료인이 되기위한 필수불가결한 교육과정이기 때문에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고 있다. 간호조무사는 의료인이 아니다. 그런데 왜 ‘간호조무사 교육훈련생’ 에게 의사의 지도라는 명분으로 의료행위 실습교육을 시키겠다는 것인가? 사람생명을 다루는 의료행위를 하는 교육인 의료인 양성 교육은 최소한 4년에서 6년 이라는 교육과정을 갖추고 있다. 1년 학원 과정의 간호조무사 양성교육 시스템에서 ‘의사 지도’라는 것은 현실적으로 실현 불가능하기도 하다.

 

그리고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간호인력 근무여건 분석 및 개선방안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유럽 9개국 300개 병원 수술환자 42만 2780명 대상의 연구에서 간호학(BSN) 학사학위 간호사의 비율을 10% 높이면 환자 사망률을 7% 감소시킬 수 있었다고 한다. 최근 복합질환의 증가와 환자중증도 상승으로 간호학 4년 과정을 마치고 임상에 나가도 배울 것이 많고 더 많은 실무교육이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회는 점점 더 높은 의료수준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 법안은 우리 사회의 퇴행을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문제는 간호조무사 실습생들이 임상 현장에서 간호조무사로서의 필요한 교육을 받기보다 병원 의료 인력 부족 상황을 땜방하며 인력으로서만 소모되는 것에 있다. 의사는 간호사에게, 간호사는 간호조무사에게, 조무사는 간병사에게 도미노식 업무 위임과 업무 전가가 당연시되는 현실이다.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 근본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개선책을 제시해야 할 국회의원들의 근시안적 대책에 의해 환자 안전과 간호인력의 노동인권 모두 위협받을 것이 우려된다.

 

최근 간호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밑빠진 독에 물 붓기 정책’인 간호대 정원 1000명 증원 계획으로 많은 간호사들이 분노하고 있다. 국민적 열망인 의대 정원 1,000명 증원의 외침은 허공에서만 맴돌고 있지만, 간호대 정원 1,000명 증원은 현실이 되고 있다. 열악한 간호현장을 개선하기보다 저임금 간호인력 양성책만이 남은 것이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번 간호조무사 실습생 의료행위 실습 교육을 위한 의료법 개정안 역시 저임금 간호인력 양성의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이번 의료법 개정안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두 직종간의 업무 범위에 혼선을 가지고 올 것이 분명하며 그 결과 전체적인 간호의 질 저하는 물론이고 환자 안전이 위협 받게 되는 상황으로 악용, 남용될 가능성이 크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환자 안전과 국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조무사와 간호사 모두를 혼란에 빠뜨릴 이 법안에 반대한다.

 

간호조무사와 간호사 모두 의료현장에서 필요한 존재이다. 그러나 각자의 업무 범위를 명확히 하고 각자의 자리에서 국민 건강과 환자의 생명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 일이다. 그럴 수 있도록 국회의원들은 상식을 갖추어 법안 발의에 신중을 기하라. 대신에 ‘간호사 1인당 환자수 법제화’ 같은 국민 건강과 현장의 간호 인력에게 필요한 법안 제정에 힘쓰라!

 

 

2023년 11월 21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