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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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731 간호법개정국회법사위통과에 대한 입장문]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이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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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 이제 시작이다

- 껍데기만 법제화하고 알맹이를 비우는 편법을 경계한다 -

 

2026년 7월 30일,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으로 정하는 「간호법」 개정안(이수진 의원 대표발의)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다.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 진전을 깊이 환영한다.

이 법은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다. 2021년 코로나의 한복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와 우리가 함께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 축소’ 청원을 올렸고, 그해 10월 10만 명의 국민이 동의로 응답했다. 그 청원에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법제화뿐 아니라, 이를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조항, 신규 간호사의 수련환경 개선까지 담겨 있었다. 오늘의 법제화는, 5년 전 그 10만 명의 목소리가 마침내 국회 문턱에 닿은 결과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이 끝이 아니라 시작임을 분명히 안다.

1. 법은 틀을 세웠으나, 알맹이는 아직 비어 있다.

이번 개정안은 보건복지부장관이 환자 특성과 중증도, 의료기관 종별·근무조별·간호단위별 특성을 고려해 간호사 배치기준을 정하도록 하고, 간호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며, 의료기관이 배치 현황을 공개하도록 규정했다. 방향은 옳다. 그러나 구체적인 배치 기준도, 시행 시기도, 적용 방식도 모두 앞으로 정부가 마련할 보건복지부령으로 넘겨졌다. 법은 ‘기준을 정하라’는 틀을 세웠을 뿐, 그 틀을 채울 숫자는 아직 비어 있다.

우리는 바로 이 지점을 경계한다. 법이 통과됐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순간, 정작 현장을 바꿀 숫자와 강제력은 하위법령 논의 과정에서 얼마든지 후퇴할 수 있다. 기준이 지나치게 느슨하게 정해지거나, 시행이 무기한 미뤄지거나, 위반해도 아무 일이 없는 ‘선언적 기준’에 그친다면 — 그것은 법제화의 탈을 쓴 또 하나의 편법이다.

2. ‘공개’와 ‘노력’만으로는 현장이 바뀌지 않는다.

이번 법안이 담은 실효성 장치는 배치 현황 공개 의무와, 준수 현황을 보건의료기관 평가에 ‘반영하도록 노력한다’는 규정이다. 그러나 위반 시 이를 강제할 직접적인 제재 수단은 담기지 않았다. ‘노력해야 한다’는 법률에서 가장 약한 수준의 의무이며, 지키지 않아도 책임이 따르지 않는다.

이 문제는 우리만의 지적이 아니다. 2025년 7월 이 법안의 발의 당시, 대한간호협회 신경림 회장조차 현행 배치 기준을 두고 이렇게 짚었다.

“간호법의 핵심인 ‘간호사 배치 기준’은 선언 수준의 지침에 머물고 있다. 지키지 않아도 어떠한 처벌도 책임도 없다. … 그 첫걸음은 간호사 1인당 적정 환자 수를 법으로 명확히 정하고, 모든 의료기관이 이를 반드시 지키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정확한 지적이다. 그런데 이번에 통과된 법안은 그 ‘반드시 지키도록 하는 의무화’ - 즉 강제력의 핵심 - 를 아직 담지 못했다. 우리는 이 미완의 과제가 하위법령 단계에서 반드시 채워져야 한다고 본다.

3. 우리는 이미 이 실패를 겪었다. ‘총 정원’은 현장을 지키지 못한다.

현행 의료법 시행규칙 [별표 5]에도 간호사 정원 기준은 존재한다. 일반 병원은 연평균 1일 입원환자를 2.5명으로 나눈 수만큼, 요양병원은 입원환자 6명마다 1명의 간호인력을 두도록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병원이 확보해야 할 간호사 ‘총 정원’을 연평균 입원환자 수로 산정하는 방식일 뿐, 정작 한 명의 간호사가 특정 병동에서, 특정 근무조에서 실제로 몇 명의 환자를 감당하는지는 규율하지 못한다.

그 결과 병원이 정원 총수를 형식적으로 맞춰도, 야간과 주말, 특정 병동에서는 간호사 한 명이 수십 명의 환자를 떠안는 일이 벌어졌다. 무수한 간호사가 그 속에서 소진되어 현장을 떠났다. 기준이 있어도 그것이 현장의 실제 배치를 규율하지 못하면, 없는 기준과 다를 바 없다. 이번 법제화가 되풀이해서는 안 될 지점이 바로 여기다. 새 기준은 총 정원이 아니라 근무조별·간호단위별 실제 배치를 규율해야 하며, 그 이행이 실질적으로 강제되어야 한다. 이 뼈아픈 교훈을 우리는 결코 잊지 않았다.

4. 이에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요구한다.

하나.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할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을, 현장의 안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수준으로 마련하라. 2021년 10만 청원이 제시했던 근무 장소별 구체적 기준을 출발점으로 삼아라.

둘. 기준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에 대한 실효성 있는 이행 강제 수단을 반드시 함께 규정하라. ‘공개’와 ‘평가 반영 노력’을 넘어, 위반에 책임이 따르는 구조를 만들어라. 처벌 없는 기준은 5년 전에도, 지금도 현장을 바꾸지 못한다.

셋. 구체적 기준 마련을 핑계로 시행을 무한정 미루지 말라. 명확한 로드맵과 단계별 이행 시한을 제시하라.

넷. 기준을 세우되 인력을 늘리지 않는 편법을 경계하라. 간호사 대 환자 수 개선은 반드시 실질적인 인력 확충과 재정 지원을 동반해야 하며, 간병 인력이나 다른 직종으로 간호사를 대체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다섯. 신규 간호사 수련환경 개선 등 2021년 간호인력인권법에 담겼던 요구를 이번 제도 설계에 반영하라. 숙련된 간호사가 현장에 남을 수 있어야, 그 법이 지키려는 환자 안전도 지켜진다.

5년 전, 10만 명의 국민이 답을 제시했다. 오늘, 그 답이 법의 문턱을 넘었다. 그러나 문을 넘은 것과 방을 채우는 것은 다른 일이다. 우리는 이 법이 이름뿐인 법이 되지 않도록, 그 알맹이가 채워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요구하고 싸울 것이다. 현장의 인력을 실제로 늘리지 않고 제도의 겉모습만 바꾸려는 모든 시도에, 우리는 분명히 맞설 것이다.

 

2026년 7월 31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