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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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간호사회 입장문]공공의료 강화와 함께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줄이고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하라!

공공의료 강화와 함께

간호사 1인당 환자수 줄이고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하라.

- 간호사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업무범위 확대가 아니라 업무량 축소다. -

 

정부가 PA 간호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근본적인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후 이에 간협은 정부의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보완 지침‘과 함께 간호사의 자격, 교육, 숙련도에 따른 수행가능 업무기준이 제시되었고 간호사 업무의 법 보호체계의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며 정부의 ‘의료개혁’을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간호사 업무 범위를 현행 의료법 상 불법인 의사업무까지 확대시켜놓고도 그에 따른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한 인력기준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이에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이하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정부의 위와 같은 조치들을 ‘의료개혁’이라고 칭할 수도 없으며 간협의 위와 같은 입장도 65만 간호사들의 의사가 반영된 것이 아님을 밝힌다.

 

간호사들은 늘 그래왔다. 하라면 하라는 대로. 코로나 19의 엄혹한 상황 속에서도 묵묵히 현장을 지켰다. 그랬다. 그리고 희망을 가졌다. 코로나 19의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뼈저리게 경험했던 충분한 의료인력, 충분한 공공의료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변화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러한 요구를 정부는 거부했다.

 

오히려 ‘공공의료’라는 단어를 삭제하더니 의사들의 집단 사직이라는 혼란스러운 상황을 틈타 또 다시 간호사들에게 뒷감당을 강요해 오고 있다. 시장 논리에 따라 부족한 의사인력을 대신해 전담간호사가 탄생했듯이 이번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의료법에 따라 불법이었던 의사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며 장기적으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생각하기보다 의료 인력에 대한 비용을 최소화할 로드맵을 세우고 있는 것이다. 수련의 전공의의 공백 속에서 전공의에 의존한 의료기관 시스템을 개선하겠다고는 하지만 그 공백을 전공의 보다 더 값싼 전담간호사로 대체하려고 할 뿐이다.

 

정부는 그동안 의료수요 증가에 대비한다는 논리로 간호대 정원을 꾸준히 늘려왔다. 2010년 1만4385명이었던 정원은 2025년 2만4883명이 될 예정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간호사들의 이직과 사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급증하는 의료수요을 따라가지 못한다며 간호대 정원을 더 늘리는 것으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현실은 배출의 문제가 아니라 고용을 늘려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만 진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간호인력 문제가 속시원히 해결책을 찾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시장 논리로만 이 문제를 들여다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95%가 민간병원이기 때문이다. 민간병원의 손익을 위해 정부가 함께 자판을 두드리는 동안 간호사들은 임금을 포함한 열악한 근로조건과 고강도 노동으로 인해 끊임없이 임상을 떠날 수 밖에 없다. 공공의료가 확충되고 그 속에서 간호사를 제대로 공공재로 대접하지 않는 이상 희망을 갖기 힘들다.

 

당장 간호사 업무 관련 시범사업 지침은 이러한 변화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는 셈이다. 업무범위 확대라는 이름으로 업무 가중을 강요하는 것일 뿐이다. 간호사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업무범위 확대가 아니라 업무량 축소다.

 

업무범위 확대로 즉 진료지원인력시범사업 실시로 간호사들에게 임상을 떠나라고 등 떠미는 정부는 들어라. 공공의료 강화와 함께 당장 간호사 1인당 환자수를 줄이고 간호사 배치기준 강화하라.

 

 

2024년 3월 15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