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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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간호사회 입장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2년 차, 아직 갈 길은 멀다


2021년 7월 16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딱 2년째 되는 날이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시행 후 처벌조항이 없다는 한계점이 있었다. 이는 개정되어 올해 10월부터 직장 내 괴롭힘을 한 사용자에 대해 과태료1천만원, 사건 조사나 가해자 징계 등 피해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500만원 등을 부과하는 내용이 추가될 예정이다. 그렇다면 2년 동안 우리의일터도 달라졌을까?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에서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 고 응답한 비율은 32.9%로 지난해 36%보다 감소하였지만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 중68.4%는 ‘참거나 모르는 척을 했다’ 고 답했다. 그 이유는 ‘대응을 해도(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 ‘향후 인사 등에 불이익을 당할 거 같아서’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제정의 단초가 되었던 故박선욱간호사, 故서지윤간호사 이후 산재 인정 등의 변화도 있었지만 아직 현장에서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의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간호사들이 업무 중 다른 직군, 상급자, 동료들의 폭언, 폭행을 당하는 사례는 여전히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 외에도 업무배제, 비하, 무시, 업무전가, 따돌림 등 신규간호사, 경력간호사 할 것 없이 다양한 직장 내 괴롭힘의 유형을 겪고 있다.

 

간호사 A씨는 정신병원에 근무하며 환자를 임의로 안정실에 격리하거나 대리처방을 하는 등 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상황을 알게 되었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그 뒤로 병원에서 원래 병동 업무가 아닌 단순히 방문객의 체온을 측정하는 업무로 전보되어 의자 하나만 놓고 근무해야 했다. 병원에서는 A씨에게 과소업무를 배정한 후 병동 출입을 하지 못하게 하였고 업무에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지 않았다. 이는 엄연한 직장 내 괴롭힘이지만 이를 신고했음에도 처리 절차(조사, 징계)가 사업장 내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A씨는 제대로 된 조치를 받지 못했다. 결국 A씨는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사직하게 되었다.

 

직장 내 괴롭힘은 가해자가 직장 내부의 사람인데 신고는 직장에 해야 하다 보니 피해자에게 불리한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권고사직을 당하게 된다. 회사 내에서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을 경우 고용노동부에 신고할 수도 있지만 근로감독관에 의해 2차 가해가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어 그 피해는 오로지 피해자가 감당해야 한다. 게다가 이조차도 5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의 조사 결과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감소에 기여했냐는 질문에 ‘줄어들지 않았다’고 대답한 사람이 46.7%였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제정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법안이 실제로 처리되는 과정에서 한계점은 계속되고 있다. 이 법안이 좀 더 실효성을 가지려면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야 하고 직장 내부가 아닌 따로 독립된 신고 창구를 마련하여 적극적으로 사건처리를 해야 한다.

 

또 다른 간호사B씨는 자신이 과거에 당했던 직장 내 괴롭힘을 인터넷 게시판을 통하여 폭로하였다. 이는 많은 간호사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아직도 만연한 직장 내 괴롭힘의 현실을 상기시켰다. 그러나 가해자에게 돌아온 것은 사과가 아니라 명예훼손이라는 고소장이었다. 또한 가해자의 주변사람들로부터 모욕, 협박도 받아야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 피해자가 이를 사업장에 신고할 수 있을까?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문화, 교육을 빙자한 괴롭힘은 근절되어야 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며 각 사업장에서 의무교육이 시행되고는 있지만 이를 통해 조직문화를 새롭게 발전시켜 가기에는 역부족이다. 쉴 시간도 모자란 간호사들에게 오히려 교육은 업무부담이 되곤 한다. 조직문화 개선을 위한 직장 내부의 노력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이는 간호인력 충원을 통한 1인당 적정 환자수 배정, 노동조건 개선과 같이 병행되어야 한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을 위해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1. 고용노동부는 사업장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따로 독립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기관을 마련하라!

2. 정부는 사각지대인 소규모(5인 미만) 사업장에도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을 적용하도록 시행령을 개정하라!

2. 병원 사업장은 간호인력을 충원하여 1인당 적정 환자수 배정하고 간호사의 노동조건 개선하라!

 

 

2021년 7월 16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간호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