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입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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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하는간호사회 페미니즘소모임 입장서]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시대의 역행이자 인권탄압이다. 성평등의 기조를 바로 잡을 것을 ‘뿌리’와 연대하며 함께 선언한다.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 폐지는 시대의 역행이자 인권탄압이다.

성평등의 기조를 바로 잡을 것을 ‘뿌리’와 연대하며 함께 선언한다.

 

 

2021년 10월 8일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되었다. 모든 과정이 단 일주일만에 처리된 터무니없는 졸속 행정 처리와 사회적 혐오에서 기인한 성평등에 대한 억압이었다.

 

최근 몇 년간 대학들에서 총여학생회 해산이 이어졌다. 2013년 건국대·중앙대, 2015년 홍익대, 2018년 성균관대·동국대·광운대, 2019년 연세대가 폐지되었지만 대안기구인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권 주요 대학에서 총여학생회 폐지가 잇따르며 대안기구인 성평등 위원회까지 폐지되는 작금의 상황이 시대적 역행이 아니면 무엇인가? 대학 내에 여전히 성차별과 성폭력이 존재하고 중앙대학교 성평등위원회는 성폭력 고발과 피해자 연대 활동을 해 왔다. 성평등위원회의 업무를 대신할 기구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데도 총학생회는 마땅히 필요한 기구를 사회적인 혐오를 가로막지 못하고 그대로 용인함으로서 성평등을 지우고 결과적으로 성차별이 학내 캠퍼스에 공고하다는 것을 반증했다.

 

중앙대학교 성평등 위원회가 그간 함께 해 왔던 수많은 학내 성폭력 사건들의 해결에 대하여 총학생회는 어떤 방안을 수립할 것인지, 애초에 성평등위원회가 폐지됨으로서 어떤 민주적인 후퇴를 맞게 되었는지를 고려하였는지 묻는다. 2018년 중앙대학교에서는 총 9개의 미투 고발이 있었으며 2020년에는 제 62대 부총학생회장이 총학생회 내부 인원을 성희롱하고 사퇴하는 사건이 있었다. 당시 총학생회는 부총학생회장을 징계하지 않을 뿐 아니라 학내 성폭력 사건을 바로잡기는커녕 2차 가해가 이어졌다. 총학생회는 내부의 자정을 하기는커녕 합리적이지도 민주적이지도 않은 처리로 성평등 위원회를 폐지시켰다. 중앙대학교 서울캠퍼스 총학생회는 민주사회에서 차별에 맞서 평등의 가치를 지켜냈는가? 혹은 차별에 힘입어 사회적 소수자들의 존재를 오히려 지워버리지는 않았는가?

 

성평등 위원회 폐지 안건은 익명의 에브리타임 커뮤니티에서는 300여명의 연서명을 받아 이루어졌다. 애초에 익명의 연서명이었고, 에브리타임 커뮤니티가 대학교 기반 인터넷 공간이지만 그 안에서 수많은 혐오발언이 오가는 곳임을 감안했을 때, 익명에 불과한 연서명이 학생의 의견을 대변하는 공론장이 아니며 이에 대한 비판과 검증이 마땅히 이루어졌어야 함이 옳다. 더불어, 성평등 위원회가 폐지되어야한다고 제기된 근거는 ‘여성주의인 페미니즘을 기반으로 하며, 특정 성별만 생각하는 편향된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 라는 성차별적이고 편견 그 자체인 주장이었다. 페미니즘은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모든 차별과 억압에 반대한다. 어떤 사회적 소수자 운동이 그렇듯이, 모든 인간은 보편적으로 동등하고 어떤 사회적 약자도 평등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어야 한다. 페미니즘이 편향되었다라는 주장은 여성이 실제로 피해자로 존재하는 성차별·성폭력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고 사회적 문제를 방임하는 기득권의 주장에 불과하다. 그러나 어떤 논의나 토론 없이 성평등위원회의 폐지 안건은 확대 운영위 안건으로 상정되어 폐지되었다.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300인의 연서명으로 성평등 위원회 폐지 절차를 시작한 것은 정당한 절차가 아닌 성평등 위원회를 폐지하고자 했던 고의적인 총학생회의 선택은 아니었는지 우려스러울 정도이다. 심지어 이어지는 과정에서도 적절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회칙마저 자의적으로 해석되며, 단 일주일 만에 이루어진 성평등 위원회 폐지 과정은 인권탄압에 앞장서서 나선 것이나 다름없다.

 

성평등 위원회가 폐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착오적 발언에 불과했다. 민주주의는 다수주의가 아니다. 차별적인 발언을 민주적인 의사로 해석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후퇴이다. 우리는 차별이 아니라 평등으로 향해 나아가는 세상을 원한다. 학내 성폭력 고발, 미투 공론화에 대한 연대, 대학 내 성차별의 쇄신 역시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이다. ‘페미니즘이 특정성별에만 편향적이다’ 라는 근거를 들어 성평등위원회를 폐지하자는 에브리타임 연서명은 주장 자체가 잘못된 성편견과 성차별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이것을 바로잡지 못한 총학생회의 성인지감수성의 부재이다. 다수라는 이름으로 사회적 소수자들이 탄압당한 성평등위원회 폐지에 대하여 총학생회는 제대로 응답하라. 전례 없는 졸속 행정 처리는 성평등을 말소시키고자 한 너무나도 투명한 행보였다.

 

대학 내 성평등은 실현되어야만 한다. 수많은 피해자들이 존재하고 해결되지 않은 학내 성차별·성폭력 사건들이 존재하는 한, 성평등을 위해 나아가려는 시도들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 잘못된 시대로 역행하기를 바라는 자들의 기록은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될 것이다. 사회적 혐오에 의해 민주주의가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지금, 평등의 가치는 어디로 말소되었는가? 잘못된 방식으로 페미니즘과 성평등을 지우려는 시도는 규탄 받아야 마땅하다. 성평등위원회가 혐오에 의해 잘못된 방식으로 폐지되어도 평등을 향해 소리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지워낼 수는 없다. 중앙대 성평등위원회 ‘뿌리’와 함께 하며, 성평등의 기조를 바로잡아갈 행보에 연대하고 지지를 선언한다.

 

 

2021년 11월 2일

행동하는간호사회 페미니즘소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