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공공간호사 선발법안 또 다른 사직, 유휴 간호사를 만들 뿐이다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으로 소비되고 있는 간호현장 개선이 급선무.
지방의 간호인력 부족, 의무복무가 아닌 처우개선이 답이다.
2020년 한 해를 잠식시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진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27일 간호사 출신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간호대학에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을 두고 선발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되, 의료인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하게 하고 의무복무 위반 시 지급받은 장학금 반납과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의 취지는 “의료기관 간 의료의 질 격차를 해소, 필수의료를 제공할 의료인력 확보” 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료현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발상이다.
신규간호사의 사직률 45.5%, 지역공공간호사 법안만으로는 간호사를 병원에 붙들어 둘 수 없다.
지방의 저임금 일자리는 간호사들을 지방에서 떠나게 만든다. 제주도의 임금은 서울에 비해 70.4%밖에 되지 않는다(조성현, 2017). 지역의 간호사들은 많게는 간호사 1명 당 20명의 환자까지도 맡으면서 3교대 근무, 저임금, 감정노동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타직종 의료인(의사,약사)의 경우 대부분의 지방병원에서는 인력을 유치하기 위하여 수도권보다 20-50% 상회하는 임금으로 초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급부족으로 지방병원의 인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간호사의 공급은 이미 넘치기 때문에 지방으로 갈수록 간호사 임금이 역으로 낮아지며 지역 간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공공병원이라고 처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로 해마다 많은 간호사들이 사직하고 있으며, 오히려 병원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높은 노동 강도에도 간호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마저도 임금체불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임금과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은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어떨까?
입사 후 1년 이내의 간호사 이직율은 상급종합병원이 29.8%, 종합병원은 38.2%에 달한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신규간호사가 부족한 인력, 과도한 업무량에 병원을 떠난다.
결국 간호사 부족 문제는 서울-지역 간의 문제라기보다 간호사 직종의 전반적인 노동환경 문제이다. 병원경영진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간호사 배출을 과잉공급으로 만들어 저임금 간호사를 손쉽게 단기간 사용하고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미 매년 간호대학에서 배출되는 간호사 수는 2만여 명으로 OECD 최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 없이 과중한 업무를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입사 후 1년 이내에 사직하는 간호사는 전체의 45.5%에 달한다(병원간호사회, 2019). 매년 쏟아지는 신규간호사들은 병원에서 매우 짧은 교육을 받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많은 환자들을 책임지게 된다.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업무를 맡은 간호사들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이고 스스로를 갈아 넣어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결국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본인의 생존권을 위해서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도 해당 법안은 간호사들이 지역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의무복무 위반 시 의료인 면허 취소’ 등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간호사들을 붙들어 두려고 한다. 국가장학금으로 배출된 인력 중 의무복무 미이행시 면허취소라는 단서조항이 있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간호사들은 생존권을 위해서 이직과 사직을 반복하고, 절반이 넘는 간호사들은 간호사라는 직종을 버리기까지 하는데 그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다.
3년 전 국회토론회(2017년 간호인력 대란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대한간호협회 박영우 부회장은 “간호사 노동시장은 수요독점의 특성이 있어 단순히 인력 공급량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사실상 임금수준을 담합한다고 볼 수 있는 병원이 달라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당시의 간호사들의 의견은 어디로 갔는가? 간호사들의 노동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대로 해당 법안이 진행된다면 발생하게 될 많은 문제들에 대한 우려로 다음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주장한다.
첫째,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인력 확충을 원한다면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간호사 및 의료진에 처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처우개선 없는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은 실효성이 없다. 간호사들은 어떤 지역에서든 5년 이상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지역공공간호사의 양성과 배출에만 집중하지 말고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지금 당장 수립하라. 사직하는 간호사는 줄어들 것이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재취업의 의욕을 갖지 못하는 유휴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한간호협회와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지역 간 간호사 임금격차를 낮출 정책을 마련하라.
지역의 간호사들이 서울로 이동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인 지역간호사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간호사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저임금 문제 해결 없이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을 시행하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셋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라.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의 취지인 ‘의료기관 간 의료의 질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의료를 제공할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사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퇴사하지 않고 병원 현장에 남아있게 하려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20년 12월 21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
지역공공간호사 선발법안 또 다른 사직, 유휴 간호사를 만들 뿐이다
고강도 노동에 저임금으로 소비되고 있는 간호현장 개선이 급선무.
지방의 간호인력 부족, 의무복무가 아닌 처우개선이 답이다.
2020년 한 해를 잠식시킨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공공의료 강화와 의료진 확보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1월 27일 간호사 출신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간호대학에 지역공공간호사 선발전형을 두고 선발된 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하되, 의료인 면허 취득 후 일정 기간 동안 특정 지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에서 의무복무하게 하고 의무복무 위반 시 지급받은 장학금 반납과 의료인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은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을 발의하였다.
이 법안의 취지는 “의료기관 간 의료의 질 격차를 해소, 필수의료를 제공할 의료인력 확보” 이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의료현장의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책발상이다.
신규간호사의 사직률 45.5%, 지역공공간호사 법안만으로는 간호사를 병원에 붙들어 둘 수 없다.
지방의 저임금 일자리는 간호사들을 지방에서 떠나게 만든다. 제주도의 임금은 서울에 비해 70.4%밖에 되지 않는다(조성현, 2017). 지역의 간호사들은 많게는 간호사 1명 당 20명의 환자까지도 맡으면서 3교대 근무, 저임금, 감정노동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타직종 의료인(의사,약사)의 경우 대부분의 지방병원에서는 인력을 유치하기 위하여 수도권보다 20-50% 상회하는 임금으로 초빙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공급부족으로 지방병원의 인력은 부족하다. 하지만 간호사의 공급은 이미 넘치기 때문에 지방으로 갈수록 간호사 임금이 역으로 낮아지며 지역 간 격차는 심해지고 있다.
공공병원이라고 처우는 크게 다르지 않다. 공공병원도 마찬가지로 해마다 많은 간호사들이 사직하고 있으며, 오히려 병원경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높은 노동 강도에도 간호사의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마저도 임금체불이 되는 경우도 있다.
다른 병원에 비해 임금과 처우가 상대적으로 나은 종합병원, 상급종합병원은 어떨까?
입사 후 1년 이내의 간호사 이직율은 상급종합병원이 29.8%, 종합병원은 38.2%에 달한다. 3분의 1에 해당하는 신규간호사가 부족한 인력, 과도한 업무량에 병원을 떠난다.
결국 간호사 부족 문제는 서울-지역 간의 문제라기보다 간호사 직종의 전반적인 노동환경 문제이다. 병원경영진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간호사 배출을 과잉공급으로 만들어 저임금 간호사를 손쉽게 단기간 사용하고 소비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결과이다.
이미 매년 간호대학에서 배출되는 간호사 수는 2만여 명으로 OECD 최상위 수준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 없이 과중한 업무를 해야 하는 현실 때문에, 입사 후 1년 이내에 사직하는 간호사는 전체의 45.5%에 달한다(병원간호사회, 2019). 매년 쏟아지는 신규간호사들은 병원에서 매우 짧은 교육을 받고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 많은 환자들을 책임지게 된다. 실수가 용납될 수 없는, 사람의 생명이 달린 업무를 맡은 간호사들은 한정된 시간 속에서 밥 먹는 시간, 자는 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줄이고 스스로를 갈아 넣어 환자를 살리려고 노력한다. 그러다 결국 이런 상황을 견디지 못하고 본인의 생존권을 위해서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런 현실에도 해당 법안은 간호사들이 지역에서 제대로 일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찾기보다 ‘의무복무 위반 시 의료인 면허 취소’ 등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말도 안 되는 내용으로 간호사들을 붙들어 두려고 한다. 국가장학금으로 배출된 인력 중 의무복무 미이행시 면허취소라는 단서조항이 있는 경우는 듣도 보도 못했다. 간호사들은 생존권을 위해서 이직과 사직을 반복하고, 절반이 넘는 간호사들은 간호사라는 직종을 버리기까지 하는데 그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법안이다.
3년 전 국회토론회(2017년 간호인력 대란 위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서 대한간호협회 박영우 부회장은 “간호사 노동시장은 수요독점의 특성이 있어 단순히 인력 공급량만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며 사실상 임금수준을 담합한다고 볼 수 있는 병원이 달라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당시의 간호사들의 의견은 어디로 갔는가? 간호사들의 노동현실을 반영한 실효성 있는 법안 마련이 필요하다.
행동하는 간호사회는 이대로 해당 법안이 진행된다면 발생하게 될 많은 문제들에 대한 우려로 다음의 내용을 다시 한 번 주장한다.
첫째,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간호인력 확충을 원한다면 공공의료에 종사하는 간호사 및 의료진에 처우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처우개선 없는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은 실효성이 없다. 간호사들은 어떤 지역에서든 5년 이상 생존의 위협을 느끼지 않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원한다. 지역공공간호사의 양성과 배출에만 집중하지 말고 간호사 처우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지금 당장 수립하라. 사직하는 간호사는 줄어들 것이고, 열악한 근무환경으로 재취업의 의욕을 갖지 못하는 유휴간호사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둘째, 대한간호협회와 국민의당 최연숙 의원은 지역 간 간호사 임금격차를 낮출 정책을 마련하라.
지역의 간호사들이 서울로 이동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인 지역간호사의 저임금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고 지역간호사의 임금을 끌어올리는 적극적인 정책을 마련하라. 저임금 문제 해결 없이 지역공공간호사 법안을 시행하게 된다면 결과는 불 보듯 뻔하다.
셋째,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라.
지역공공간호사법안의 취지인 ‘의료기관 간 의료의 질 격차를 해소하고, 필수의료를 제공할 의료인력 확보’를 위해 선행되어야 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간호사의 노동 강도를 낮추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퇴사하지 않고 병원 현장에 남아있게 하려면 간호사 1인당 환자 수를 법제화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2020년 12월 21일
건강권 실현을 위한 행동하는 간호사회